Maker's note
Blush를 만들며
2026. 07. 05
수익 모델이라는 말에 종종 회의감이 든다.
일을 하면서도 자주 느꼈다. 내가 하고자 하기 위해선 돈이 벌려야 하는거. 아무래도 서버비라도 있어야지 있으니깐.
그런데 세상에는, 돈이 되지 않더라도 필요한 서비스가 참 많다.
그러던 중 장안의 화제인 르세라핌의 야호 영상을 보았다. 내게 가장 아름다웠던 장면은 거제의 두 소녀가 바다로 들어가는 장면이었다. 그 장면 위로 히사이시 조가 작곡한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 OST 수록곡인 ‘Summer’ 음악이 흘렀다.
나중에 인터뷰를 보니 저작권이 있는 노래를 넣으면 수익을 못받는다고 한다. 조회 수를 생각하면 꽤 큰 수익을 포기한 셈이다.
그럼에도 나는 알 것 같았다.
그 장면이 없었다면 그 영상은 지금의 영상이 아니었을 것이고, 그 음악이 없었다면 우리에게 남은 울림도 달랐을 것이다.
서문이 길었지만, 그래서 오래 고대하던 앱을 만들었다.
누군가가 마신 와인을 더 오래 기억하고, 조금 더 알아가고, 무엇보다 그 와인을 마시던 순간의 분위기와 마음까지 함께 추억할 수 있기를 바랐다.
이 앱은 무료다. 그리고 내가 와인을 끊는 날까지는 이 앱을 유지할 생각이다. 아마 그런 날은 쉽게 오지 않을 테니, 어쩌면 평생이 될지도 모르겠다.
언젠가 조금 부담이 된다더라도, 광고는 붙이지 않으려 한다. 이 작은 공간만큼은 누군가의 기억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해서다. 그리고,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해보려 한다.
나에게도 그런 와인들이 있다.
처음으로 마신 내추럴 와인, 라디콘.
오늘 하루를 오래 기억하자며 마셨던 메멘토 모리.
‘싱그럽다’는 말이 어울리던 사람과, 함께 마신 펑키한 와인.
돌아보면 와인은 단순히 맛으로만 남지 않았다.
그날의 공기, 함께 있던 사람, 나누던 말, 그리고 그때의 마음까지 함께 남았다.
앱 이름은 Blush.
와인 한 잔에 얼굴이 살짝 물들듯, 우리의 기억도 조금씩 그리고 천천히 물들어가기를 바란다.